기억과꿈의 접점
글. 심우인
동글동글한 수풀과 작은 호수, 단조로운 외양의 집과 창문,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한 들판의 모습. 프레임에 맞추어 안정적인 구도로 담아낸 강준석의 풍경화는 작가의 기억과 꿈꾸는 이상향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진 풍경이다. 물론 그간의 작업에서 많이 보여 왔던 오름, 바다, 들판 등의 요소들이 작가가 거주하는 제주의 지형에 근거한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일별하면 동심에만 존재할 것만 같은 화폭은 작품 전반에 걸친 단순한 형태와 포근한 색감으로 하여금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정경은 하나하나 보면 독특할 것 없는 요소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익숙해 보이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생경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는 실재를 포착하기보다 실제적인 원근을 제거하다시피 한 요인도 있을 것으로, 깊이감은 주로 경계가 불분명한 배경과 색채로 드러나며 수풀이나 연못, 집 등의 요소들은 원형(原型)에 가까운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되었다.
강준석은 캔버스 전면에 안료를 얇게 발라낸다. 섬세한 레이어들을 겹겹이 올려내는 물리적 제작 과정을 거치는 시간은 작가가 회화의 본질을 고찰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차원의 평면성이라는 회화의 매체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는 미술사에서 늘 있어 온 화두였고 각종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현대예술의 지형도가 바뀌어 간 지 오래이지만, 강준석은 그만의 조형언어로써 순수한 회화성 그 자체에 충실한 작가로 여겨진다. 그는 특유의 저채도의 녹빛으로 화면을 빚고 세밀한 붓질로 작품을 따뜻하면서도 밀도 있게 구현하는데, 특히 여러 층위의 색채들을 순차적으로 쌓아가는 방식으로 작업에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Fly Up>(2022)의 푸른 지붕을 보면 형체는 견고하지만 먼저 그려진 배경과 수풀이 비추어지는 것처럼 문과 창문 또한 흰 벽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현실의 그것이 아님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경직된 조형의 세계를 와해시켜 밀도 높은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이 투영되는 듯하다. 집을 나타내는 이 조형물은 작가가 거주하는 제주의 주택과 형태가 매우 유사한 편으로 현실의 박제된 기억과 꿈꾸는 장소가 뒤섞인 그의, 혹은 보는 이의 안식처의 표상이 되는 셈이다.
<On The Road>(2022) 연작 등 강준석의 2022년 신작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과장되게 그려진 아이의 큰 눈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관람객은 눈을 통해 발견될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시각은 물질적 요소들과만 관계 맺는 다른 감각들과 달리 인간의 영혼과 예술적 미를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이라는 헤겔의 견해처럼, 주변부에 비해 두드러지는 마티에르로 한층 깊어진 동공은 내적인 관조의 세계가 압축된 심연인 듯하다. 이처럼 아득한 눈을 가진 천진한 아이는 인간 본연으로의 회귀의 메타포이나 다름이 없다. 따뜻하고 정다운 아이의 모습은 자신도 한때는 그랬을 혹은 그랬을 것이라 믿는 관람자의 미적 감정이입을 이끌어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
작업 전반에 걸쳐 캔버스 외부를 관조하는 아이의 눈동자는 관객의 내면을 비추는 동시에 작가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일종의 통로를 제공한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아이와의 합일을 이루며 나를 마주하게 되는 셈인데, 이때가 알게 모르게 타인의 시선에 지친 현대인에게 잊고 있던 자기를 재발견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관객은 자기 안에 숨어 있던 동심을 마주하게 될 테다.
바쁘게 흘러가는 현시대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누구나 마음의 쉼터를 필요로 한다. 강준석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그러나 자기만의 관점과 영감을 통해 현실 속 장면을 재조립하고 각색하여 안락한 이상향을 구현해 내고 잊고 있던 동심을 되찾을 기회를 부여한다. 지나가던 새와 동물들이 쉬어 가는 숲의 벤치처럼, 강준석의 회화는 자극적인 시각적 노출이 관성화되어 버린 일상에 치유의 안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Where Memory and Dream Meet
Written by Wooin Shim
Round bushes and a small lake, a monotonous house and its windows, and a straight field. These all represent Kang Jun-seok’s landscape paintings that he blends his memory and dreamy utopia in a stable structure. We become relaxed and feel comfortable by simply looking at the scenery made of easy shapes and soft colors, then we recongnize that the Oreum, the sea, and the field in his works come from Jeju Island’s topographic features where he lives.The very ordinary objects in a harmonized composition are familiar and alien to viewers at the same time. One of the reasons is that the artist deliberately removes distance playing besides representation of real thing. He describes element such as bushes, a pond, and a house in a simple form, yet he gives each work the sense of depth applying his unique combination of colors layer upon layer.
Kang lightly spreads pigments on the canvas. The process he stacks up sophisticated layers might be enough for him to think of the essence of paintings. Passing the limit of two-dimensional media of painting has always been a challenge in the art history and naturally the landscape of the contemporary art has changed accordingly, however, speaking of Kang, he is recognized as an artist who is committed to the purity of painting with his own formative language.
He makes a screen in his specific use of color with dilute hues and produces the work in subtle brush strokes. Especially, he arouses his unique mood by successively covering colors in different layers. Looking at the blue roof in a solid shape in <Fly Up, 2002>, we can see through the previously painted backgound and bushes, and likewise, we see the texture of the white wall through the door and the window, which implies it is not the one in real word. It seems that the artist’s desire to escape from a dense life is projected on the canvas by disrupting the solid formative world. The house object is very similar to his real house in Jeju Island, which is not only a place where his stuffed memories in real life and dreamy utopia are mixed, but also a symbol of a place to fine peace to viewers.
Another his newest work <On The Road, 2022> consists of discrete sets of four paintings that shows his subjects looking straight ahead. The child’s rather exaggeratedly big eyes catch viewers’ eyes, and viewers then starts to search something they may discover through the eyes. As Hegel once said our sight is a only sense that helps us discover human soul and artistic beauty, compared to other senses that interact with physical elements, the deepened pupils by matière seem kind of an abyss where the contemplative inner world is compressed. The child with the deep eyes is no other than a metaphor of a return to human nature. The appearance of the child in a warm and friendly mood makes the viewers nostalgic for their childhood, arousing them to have esthetic empathy.
In Kang’s overall paitnings, the child’s contemplating eyes reflect viewers’ inner side and provide a sort of channel to enter the artist’s universe. When viewers face their egos identifying with the child, they become liberated from others and rediscover themselves at last. Viewers then face their closet innocence of their childhood.
Every contemporary man longs for rest place. Kang creates a cozy and warm utopia by reassembling and dramatizing scenes in real life through his own perspective and inspiration, and gives us a chance to recover our dimmed innocence of childhood. Like a bench in woods for birds and animals to stop by for rest, Kang’s paintings will be a place where we visit to find peace out of our repeated lives full of sensational visual stimulation.